“‘겸손’의 리더십으로 ‘위대한 기업’ 만들 것”
‘세일즈 외길’ 걸어온 재미사업가 심귀원
경제력 가진 여성의 가장 큰 매력은 굳이 ‘아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직장과 고정된 수입이란 ‘안정’을 버리고 불안정성의 ‘도전’을 택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세일즈야말로 여성에겐 ‘기회의 땅’이며, 성공적인 세일즈는 테크닉이 아니라 그 사람 됨됨이와 더 밀접하다. 그래서 난 여성이며, 동양인이고, 게다가 나이도 어리다는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열 번째 여성주간과 함께 열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처음으로 참가한 재미 사업가 심귀원(49)씨. 그가 70년대 고등학생 시절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30년 후 미국 사회에 연착륙하며 몸으로 체득한 원리다. 심씨는 현재 “미국인 1만 명 중 1명이 이루는 경제적 부를 소유”한 성공한 사업가로, 무공해 건강냄비를 중점 품목으로 해 공기정화기, 정수기 등 건강 관련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파트너스(Partners)의 회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처음에 세일즈 매니저로 입사한 회사를 20여년 만에 자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영업 능력이고, 이 영업 능력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성공적 세일즈 출발은 신뢰 끊임없이 자성·도전해야
“미국에서 CEO가 되는 지름길이오? 그것은 바로 세일즈입니다. 세일즈는 설득력의 기술로, 회사에 돈을 불러오는 기술이죠. 사무직을 택한 사람과 세일즈를 택한 사람, 두 사람의 인생 행로는 20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겁니다. 전 제 세일즈 능력을 믿기에 지금 제가 가진 재산을 다 날려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주 언변이 뛰어난 세일즈 우먼은 아닙니다. 때론 수줍고 내성적이기까지 하죠. 성공적인 세일즈 우먼이 되려면 세일즈는 말이 아니라 ‘과연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성과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의 집안 환경은 세일즈나 사업과는 무관하다. 목사, 교수, 의사 등의 직업이 대부분인 집안에서 2남2녀 중 막내인 그가 혈혈단신으로, 아직까지 독신을 고수하며 사업가로 성공한 것은 거의 돌연변이에 속하는 일이다.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공중보건교육을 전공한 것이 지금 그의 사업 아이템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있을 정도다. 이런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대학 4학년 때 한 주방칼 기업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 회사 전략상 여름·겨울 방학 기간에 총 4만 명의 학생을 아르바이트 세일즈 인력으로 썼다. 당시 이 회사의 최고 세일즈 기록은 주당 9000달러였는데 세일즈 경험이 전무한 그가 첫 주 9700달러를 기록했고, 그 상금으로 현금 1000달러를 받아 그의 말대로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사실 처음인데 저라고 세일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사흘쯤 지나니 3000달러 매상이 되더군요. 그 때부터 이건 되는 거다 싶으니 죽자 살자 매달렸고, 하루에 최소한 10명씩 만나는 계획을 세우고, 수없이 칼에 손을 베어가며, 새벽에도 사람을 찾아다니며 칼을 팔곤 했어요. 목표가 어느 순간 분명히 서니 가능한 일이 되더군요. 그랬더니 졸업하자마자 그 회사 세일즈 매니저로 발탁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세일즈엔 뭐가 있긴 있구나라고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주방용품 세일즈 시작
교수가 꿈이던 여대생의 진로는 “스물 네 살, 무엇도 모르는 나이”에 식기유통업체를 설립하는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퍼마-라이프(Perma-Life)라는 건강식기 제조업체에 세일즈 매니저로 입사한 뒤 4년 만에 세일즈 총괄 부사장으로 승승장구, 결국 회사 지분의 일부를 매입해 회사를 같이 키워나가며 공동대표에 취임해 본격적인 최고경영자(CEO)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후 동부의 퍼마-라이프 서부 법인으로 LA에 파트너스를 설립해 본거지인 동부의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고 2002년 결국 파트너스의 회장이 됐다. 2000년부터는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해 발판을 만들어나가면서 내년 초쯤엔 “누구나 다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할” 획기적인 아이디어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시장에서의 한판승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와의 인터뷰 도중 가장 빈번히 나온 말이 바로 ‘위대한’ 기업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명강의 교수로, 미국 경영학의 대부로 불리는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구절 구절에 무릎을 치며 공감한 부분이 많아서다. 이 책은 5년에 걸쳐 2000여 명의 심층 인터뷰와 6000건의 관련 논문을 통해 20년간 생존한 대기업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업을 이끄는 CEO인데, 놀랍게도 탁월한 능력의 카리스마적 CEO보다는 ‘겸손’의 리더십으로 전체를 굴려가는 힘이 있는 리더가 바로 그 기업을 키워내는 주인공임을 역설하고 있다. 자신을 전혀 카리스마적 리더라고는 생각지 않는 그에겐 특별히 위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카리스마적 CEO가 있을 땐 그 회사는 성장일로이겠지만, 그가 물러나고 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죠? 급상승한 만큼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내가 대처 전 수상이라면 이럴 땐 어떻게 처신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해본 일도 있지만…지금은 20년간 꾸준히 일관되게 성장해온 그 기업들과 CEO들이 내 역할모델이죠”
“나를 따르라” 식의 스타 CEO는 어떤 면에선 직원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기에 그는 우선은 우수한 인재를 직원으로 뽑고 그 직원들에게 오너십(ownership)을 배양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테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직원들을 한 방에 모으곤 “자,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를 함께 숙고하곤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실제로 그의 회사엔 창업 초기에 함께 했던 10∼15년 경력의 직원이 많은 편이고, 최근 그가 부사장으로 발탁해 훈련을 시키고 있는 직원도 15년 근무경력의 주부다.
“20대 때 회사 안에서 솔직히 ‘음해’ 세력들이 꽤 있었어요. 여자고 싱글이니 더 심했죠. 그렇다고 해서 뒤를 돌아볼 때 ‘너무 어려웠다’는 말은 나오지 않네요…공격을 소화해가는 제 애티튜드(attitude)덕분인 것 같아요. 이민 가 고등학교 때부터 공장에서 머그컵에 글씨를 새겨 넣는 단조로운 아르바이트에, 유대인 할머니의 하녀로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했는데도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나 스스로 나를 서포트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이것이 능력이 자라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마음자세(attitude)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확신합니다. 작고 큰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이를 골치 아픈 문제로 보느냐, 해결해야 할 이슈로 보느냐 갈림길에 서는데, 후자의 태도를 취할 때 비로소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하죠”
올바른 마음자세가 좌우 여성에 더 많은 기회줄 것
그는 “내 마음 하나 고쳐먹으면 세상이 변하는구나”란 생각으로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한다. 가령 세일즈에 실패했을 때도 “이 사람이 안 사면 다른 사람이 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실망스러운 마음을 다스려 왔다. 그래서 그는 ‘세일즈’란 익숙지 않고 적대적인 상황을 쉽게 극복케 하는 마음자세로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며, 세일즈의 매일 매일은 바로 이 마음자세를 시험하는 연속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회사 초창기에 경쟁 품목을 가진 대기업이 그의 회사를 죽이려고 달려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도 자신의 마음자세가 승패를 갈랐다고 믿는다. 당시 이 경쟁사는 그의 회사가 건강냄비란 아이템으로 한창 클 때 신문에 그의 회사에 대해 사기기업 식으로 몰아붙이는 음해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직원들과 그는 대응광고나 법적 소송을 검토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은 강한 유혹도 느꼈지만, 그 에너지를 고객만족을 위한 직원 서비스에 쏟아 붓기로 결정했다. 처음 몇 달간은 당연히 힘들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프로 영업사원으로 자라나 결국 소비자들의 재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론 특히 여성에게 더욱 문턱을 낮추고 많은 기회를 주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여성들이 많은 도전에 부닥쳐 상처를 받더라도 결코 겁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인이 친근하게 느끼고 또 세계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글=박이은경 편집장 pleun@, 사진=정대웅 객원기자
838호 [사람들] (2005-07-22)




